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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건강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응급실 VIP는 없다'

by 간호사 제니할매 2026. 7. 29.

 

응급실 VIP는 없다

"간호사님, 저부터 먼저 봐주세요."

응급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제가 아는 의사예요."
"보험이 제일 좋은데요."
"나이가 많아서 먼저 해주셔야죠."
"기다릴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응급실은 백화점 VIP 라운지가 아닙니다.

돈도, 지위도, 직업도, 명함도 그곳에서는 힘을 잃습니다.

응급실에는 단 하나의 기준만 존재합니다.

'누가 가장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은가.'

그것이 응급실의 질서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응급실 대기실을 보면 화가 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요."

"먼저 온 사람이 왜 아직도 못 들어가요?"

그런데 그 사이 구급차가 한 대 들어옵니다.

심장이 멈춘 환자입니다.

잠시 후 또 한 명이 들어옵니다.

교통사고로 다발성 외상을 입은 사람입니다.

또 다른 환자는 뇌졸중 증상을 보입니다.

당연히 그 사람들이 먼저 치료를 받습니다.

먼저 왔다는 이유는 응급실에서는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응급실은 선착순이 아니라 생존순입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위험한 사람이 먼저입니다

어떤 환자는 큰 소리로 화를 냅니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예요!"

반면 어떤 노인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그런데 의료진은 오히려 그 조용한 노인에게 먼저 달려갑니다.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몸속에서는 생명이 무너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응급실 의료진은 얼굴 표정보다 생체신호를 먼저 봅니다.

혈압.

맥박.

호흡.

산소포화도.

의식 상태.

이 숫자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방문간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괜찮겠지."

"내일 병원 가면 되지."

"응급실은 너무 오래 기다리잖아."

그 하루가 생명을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심근경색.

뇌졸중.

패혈증.

이런 질환은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단순 감기나 오래된 허리 통증처럼 응급도가 낮은 경우는 오래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응급실 시스템입니다.


VIP는 없습니다

한 번은 보호자가 말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병원에 기부도 많이 했는데요."

의료진은 정중하게 대답했습니다.

"앞의 환자가 더 위급합니다."

그 말은 냉정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냉정함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립니다.

만약 돈과 권력으로 순서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요?

심정지 환자가 뒤로 밀리고 감기 환자가 먼저 진료를 받는 세상이 됩니다.

그런 응급실은 이미 응급실이 아닙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의외로 말이 없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정말 위험한 환자는 소리를 지를 힘조차 없습니다.

숨이 차 말을 못 합니다.

혈압이 떨어져 정신이 흐립니다.

의식이 희미해집니다.

반대로 큰 소리로 항의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이야기할 힘이 있다는 뜻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통증 때문에 화가 날 수 있습니다.

불안해서 예민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의료진은 감정보다 생명을 먼저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직업윤리입니다.


응급실을 편의점처럼 이용하면 정말 급한 사람이 피해를 봅니다

밤늦게 약이 떨어졌다고 응급실.

며칠째 있던 감기 때문에 응급실.

진단서를 빨리 받으려고 응급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말 응급한 환자가 기다리게 됩니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이 아니라,

24시간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우리가 그 역할을 이해할 때 의료 시스템도 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제니할매의 한마디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억울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오래 기다렸다는 것은, 지금 당신의 생명이 다른 누군가보다 덜 위급하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실은 불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응급실에는 VIP가 없습니다.

의사도,

변호사도,

부자도,

연예인도,

정치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명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공정함이 오늘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병원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기보다,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운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응급실 문을 열게 되는 날이 온다면, 순서를 다투기보다 의료진이 왜 그런 판단을 하는지 한 번쯤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냉정한 판단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따뜻한 원칙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