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인 건강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버리고 또 버리자'

by 간호사 제니할매 2026. 7. 29.

 

버리고 또 버리자

"제니 할매, 이 집은 발 디딜 틈이 없네요."

방문간호를 하다 보면 이런 집을 자주 만납니다.

식탁은 밥 먹는 곳이 아니라 우편물과 영수증, 약봉지, 안경 케이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파에는 빨래가 산처럼 쌓여 있고, 거실 한쪽에는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오래된 조화가 몇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책장은 평생 다 읽지 못할 책들로 가득합니다.

신발장은 신발이 넘쳐나는데 정작 매일 신는 것은 운동화 한 켤레뿐입니다.

옷장은 계절마다 "언젠가는 입겠지" 하며 남겨둔 옷들로 숨이 막힙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더 놀랍습니다.

언제 만든 건지도 모를 반찬, 유통기한이 5년은 지난 소스, 색깔이 변한 김치, 얼음과 하나가 되어버린 냉동식품….

약통은 더 심각합니다.

몇 년 전에 먹다 남긴 항생제.

돌아가신 남편 이름이 적힌 혈압약.

누가 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건강식품.

"아까워서 못 버려."

이 한마디가 집안을 창고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저는 속으로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까운 건 물건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입니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거의 같습니다.

"비싼 거였어."

"선물 받은 거야."

"언젠가는 쓰겠지."

그 '언젠가'는 생각보다 잘 오지 않습니다.

5년이 지나도 안 쓰고,

10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고,

결국 자녀들이 와서 커다란 쓰레기봉투 수십 장을 들고 정리하게 됩니다.

가끔은 자녀들이 툴툴거리면서 말합니다.

"엄마, 왜 이렇게 많이 모아두셨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대답합니다.

"다 필요해서 둔 거야."

정말 필요했다면 지난 10년 동안 한 번쯤은 사용했겠지요.


오래 살수록 짐은 줄여야 합니다

젊을 때는 물건이 많아도 괜찮습니다.

힘도 있고 기억력도 좋으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건이 많을수록 청소하기 어렵고,

넘어질 위험도 커지고,

찾아야 할 것은 더 안 보입니다.

방문간호를 하면서 가장 위험한 집은 꼭 더러운 집이 아닙니다.

물건이 너무 많은 집입니다.

신문 더미에 걸려 넘어지고,

상자에 발이 걸리고,

러그 밑에 숨어 있는 전선 때문에 크게 다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습니다.

넘어짐은 순간이지만 후회는 평생입니다.

 

살아 있을 때 정리합시다

저는 어르신들께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자식들에게 보물찾기 시키지 마세요."

어디에 통장이 있는지,

어디에 보험증서가 있는지,

어디에 금반지가 있는지,

본인만 아는 집은 나중에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지만,

남은 가족에게는 정리해야 할 숙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내 손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오늘 하나만 버려도 성공입니다

한 번에 집을 비우려고 하면 시작도 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오늘 신발 한 켤레.

내일 안 입는 셔츠 한 벌.

모레 오래된 플라스틱 그릇 하나.

이렇게 하루 하나씩만 버려도 1년이면 365개가 사라집니다.

신기하게도 물건이 줄어들면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청소도 쉬워지고,

필요한 것도 금방 찾게 되고,

집안 공기까지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집에 왔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집이 정말 넓어졌네."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제니 할매의 한마디

사람은 태어날 때 빈손으로 옵니다.

그리고 떠날 때도 빈손으로 갑니다.

평생 모은 물건이 내 인생을 증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잘 비워낸 삶이 더 아름답습니다.

오늘 집 안을 한번 둘러보세요.

1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

볼 때마다 "언젠가는…"이라고 말하는 물건.

먼지만 쌓여 있는 물건.

그 물건들은 이미 제 역할을 끝냈는지도 모릅니다.

버린다고 추억까지 버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추억은 마음에 남고,

물건은 공간만 차지합니다.

오늘 하나 버리세요.

내일도 하나 버리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집도, 마음도, 인생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제니 할매는 오늘도 정말로 권하고 싶습니다.

"나 살아 있을 때 다 정리합시다. 그게 남겨진 사람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