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응급실 VIP는 없다' 응급실 VIP는 없다"간호사님, 저부터 먼저 봐주세요."응급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제가 아는 의사예요.""보험이 제일 좋은데요.""나이가 많아서 먼저 해주셔야죠.""기다릴 수가 없어요."하지만 응급실은 백화점 VIP 라운지가 아닙니다.돈도, 지위도, 직업도, 명함도 그곳에서는 힘을 잃습니다.응급실에는 단 하나의 기준만 존재합니다.'누가 가장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은가.'그것이 응급실의 질서입니다.기다리는 사람이 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응급실 대기실을 보면 화가 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요.""먼저 온 사람이 왜 아직도 못 들어가요?"그런데 그 사이 구급차가 한 대 들어옵니다.심장이 멈춘 환자입니다.잠시 후 또 한 명이 들어옵니다.교통사고로 다발성 외상을 입은.. 2026. 7. 29.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전쟁이 남긴 상처'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전쟁이 남긴 상처"사람은 누구나 부모를 통해 세상에 나온다."하지만 부모를 기억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누군가는 따뜻한 품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든든한 등을 기억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부모라는 이름과 함께 품고 살아간다.오늘은 간호사 제니할매가 아닌, 한 딸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나의 어린 시절은 혹독하게 가난했다.6·25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대부분 어려운 시절을 살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 가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우리 아버지는 다른 집 아버지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아버지는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이었다.나라를 위해 싸웠던 영웅이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아버지의 전쟁은.. 2026. 7. 29.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버리고 또 버리자' 버리고 또 버리자"제니 할매, 이 집은 발 디딜 틈이 없네요."방문간호를 하다 보면 이런 집을 자주 만납니다.식탁은 밥 먹는 곳이 아니라 우편물과 영수증, 약봉지, 안경 케이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소파에는 빨래가 산처럼 쌓여 있고, 거실 한쪽에는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오래된 조화가 몇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책장은 평생 다 읽지 못할 책들로 가득합니다.신발장은 신발이 넘쳐나는데 정작 매일 신는 것은 운동화 한 켤레뿐입니다.옷장은 계절마다 "언젠가는 입겠지" 하며 남겨둔 옷들로 숨이 막힙니다.냉장고를 열어보면 더 놀랍습니다.언제 만든 건지도 모를 반찬, 유통기한이 5년은 지난 소스, 색깔이 변한 김치, 얼음과 하나가 되어버린 냉동식품….약통은 더 심각합니다.몇 년 전에 먹다 남긴 항생제.돌아가.. 2026. 7. 29.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죽기 전에 꼭 버려야 할 세 가지' 죽기 전에 꼭 버려야 할 세 가지"제니 할매, 사람은 죽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할까요?"방문간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어떤 분은 유언장을 이야기하고, 어떤 분은 재산 정리를 말합니다. 또 어떤 분은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하지만 수많은 어르신들의 마지막 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제 대답은 조금 다릅니다."죽기 전에 꼭 버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그것은 돈도 아니고, 집도 아닙니다.오히려 평생 품고 살았던 마음속 짐입니다.오늘은 제가 환자들에게서 배운 죽기 전에 꼭 버려야 할 세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첫 번째, 미움"그 사람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90세가 넘은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60년 전 시누이와 다퉜던 일을 어제 일처럼 이야기하셨습니다.남편은 이미 .. 2026. 7. 29.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괜찮아요'가 제일 위험한 말 "괜찮아요"가 제일 위험한 말"괜찮아요."간호사 일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어르신, 어디 불편한 데 없으세요?""괜찮아요.""식사는 잘하세요?""괜찮아요.""넘어진 적은 없으세요?""괜찮아요."그런데 이상합니다.그렇게 "괜찮아요."를 외치던 분들 가운데 응급실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저는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 중 하나가 바로 "괜찮아요."라는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을.아픈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한 할아버지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걸음걸이가 평소와 달랐습니다."허리가 아프세요?""괜찮아요."그런데 신발을 신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다시 물었습니다."정말 괜찮으세요?"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사실은 일주일 전부터 많이 아팠어요."병.. 2026. 7. 29. 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오래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 오래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제니 할매, Joan 수녀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아흔 다섯이세요."그러면 모두 한 번 더 쳐다봅니다."정말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저는 매주 LA 한인타운 근처의 한 어시스티드 리빙(Assisted Living Facility)을 방문합니다. 그곳에는 연로한 수녀님들이 생활하고 계십니다.간호사로 수십 년을 일하면서 수많은 노인들을 만났지만, 그곳에 갈 때마다 늘 놀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몸은 여기저기 아프십니다.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혈압약도 드시고, 당뇨약도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도 계십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신은 너무 맑습니다.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습니다.몇 달 전에 했던 .. 2026. 7. 2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