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는 도둑처럼 온다
"간호사 선생님… 혹시 제 지갑 못 보셨어요?"
가정방문을 갔을 때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집 안을 몇 번째 뒤지고 계셨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누가 가져간 것 같아요."
저는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혹시 냉장고 한번 열어보실까요?"
할아버지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멍하니 서 계셨습니다.
지갑이 김치통 옆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여기에 넣었지?"
그날 할아버지는 한참을 웃으셨지만, 제 마음은 조금 무거웠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큰 소리를 내며 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치매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간호사로 일하면서 제가 본 치매는 전혀 달랐습니다.
치매는 도둑처럼 찾아옵니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습니다.
인사도 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아휴, 나이 먹으면 다 그렇지."
이 정도로 넘어갑니다.
약속을 깜빡하고,
가스 불을 켜놓고,
같은 이야기를 열 번 하고,
안경을 머리에 올려놓고 안경을 찾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가족들이 말합니다.
"엄마가 예전 같지 않아."

가장 먼저 잃는 것은 기억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는 기억을 잃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어르신들은
먼저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그래서 더 숨기려고 합니다.
메모를 더 많이 하고,
웃으며 넘어가고,
모른 척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족과의 대화도 줄어듭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집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초기 치매에서는 본인 스스로 변화를 느끼는 경우도 있어 조기 상담과 진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가족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그걸 왜 또 물어봐?"
"아까 말했잖아."
"기억 안 나?"
이 말들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에게는 칼처럼 들립니다.
기억이 안 나는 사람에게
기억하라고 하는 것은
다리가 아픈 사람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치매 환자와 대화할 때는 논쟁보다 안심시키고, 익숙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입니다.
치매는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늦출 수는 있습니다.
사람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매일 조금씩 걸으며,
신문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손을 많이 움직이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웃는 시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사회적 활동은 인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상 증상이 보이면 조기에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제니 할매의 한마디
방문간호를 하며 가장 마음 아픈 장면은
환자가 가족의 이름을 잊는 순간이 아닙니다.
가족이 환자의 마음을 잊는 순간입니다.
치매는 기억을 훔쳐 가지만,
사랑까지 훔쳐 갈 수는 없습니다.
손을 잡아드리세요.
눈을 맞춰드리세요.
오늘도 같은 이야기를 열 번째 하신다면,
처음 듣는 것처럼 웃어드리세요.
그 미소 하나가 그분에게는 가장 안전한 기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건강 한 줄
치매는 도둑처럼 조용히 오지만, 관심과 사랑은 그 도둑이 훔쳐갈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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